작성일 : 12-05-09 10:28
너무도 닮은 두사람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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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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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친구를 찾을때
20대 초에는 멋진 사람을 찾고
20대 중반에는 착한 사람을 찾고
20대 후반 이후에는 돈많은 사람을 찾는다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반농담 반진담 우스개가 있다.
20대 초반 처음 만난 DK씨는 나에게 멋진 사람이었다.
첫눈에 끌린 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갈증이 나는 상대였다. 늘 2% 부족한..
그를 만나기 전까지
데이트 상대와 만나면 아침부터 해질때까지 왠종일 같이 지내고,
한번 통화하면 평균 1시간이고,
더욱이 밤늦은 시간 시작된 통화는 동이 틀때까지 계속되는..
그런 평범한? 만남이 익숙했던 나에게
그가 그당시 해야만 했던 '공부'는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적이었다.
겉으로는.. 아니 실지로도
그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또
나 만나느라 시험 준비 재대로 못했다는 후회를 남겨주기 싫어서
난 나름의 인내로 그를 배려했다.
데이트 장소는 늘 신림동 고시촌이었고,
고시방에서 자취하는 그를 위해 종종 보온밥솥으로 도시락을 싸 날랐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조차 그의 배웅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를 위한다는 그 배려 역시
결국 나를 위한 것들이었음을 그때는 몰랐다.
남들은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하루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는 그런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는 시험보는 달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을 나와 만났다.
한마디로 그와 난 일주일중 7일을 만났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하루 못볼라치면 난
그와 만난 6일을 기억하고 기뻐하기보다
못본 1일을 아쉬워하고 목말라 했다.
그런 내 심정을 그가 모를리 없었다.
그는 미안해하고 답답해하고
그가 그의 인생에 있어 당연한 코스라고 여겼던 그 시험의
의미 자체에 대해 회의하기도 했다.
우습게도 난
일주일에 7일을 만나면서
저녁에 조금 일찍 헤어져주는 것을
큰 인심쓴다고 여겼었다.
난 내가 '희생' 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댓가를 티나게 바랬다.
그렇게 날 보내고서 그는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초초한 마음으로 책을 봤으리라..
조금만 더 통화하자는 날 달래서 재워놓고
자신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 찝찝하지 않게 떳떳하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초를 헤아리는 심정으로 공부 했으리라..
가끔 그 시간을 돌이켜 볼때마다
난 그에게 눈물날만큼 미안해지는 마음을 막을 길이 없다.
어쩜 그렇게 철이 없었을까.. 어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당시 22살 이라는 나이에 면죄부를 주려고 해도
쉽사리 한때 추억으로 치부하며 그렇게 웃고 넘겨버릴 수가 없다.
그건.. 내 옹졸함에 대한 부끄러움이고, 내 이기심에 대한 후회며,
그것이 열정적 사랑이라 여겼던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이자,
힘들어했을 그에 대한 안쓰러움이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나에게
착한 남자다.
나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준비가 늦은 아침이면 와이셔츠 다려주라 애교섞인 목소리로 부탁하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우정상’을 받은,
우리 엄마 아빠에게 나보다 더 잘하는,
자기 감정보다 내 감정을 먼저 헤아리는,
날 웃기기 위해 망가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림에 있어 90% 내뜻대로 해주는
그러나 10% 터푸함을 잃지 않은
착한 남자다..
그에 비해 난...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앞으로 5년 후 지금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후회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말 그래선 안된다..
내 철없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으리라.
Be kind.. Be a good lady for him..
.....그에게 바치는 고해성사.....
* 친구커플의 이야기를 듣다가.. 참 두녀석이 닮았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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