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액츄얼리는 뻔하디 뻔하고 뻔하고 뻔한 영화다.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찾고 등등등. 진부하기가 아주 그냥 진부령에 간 진미령만큼 진부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뻔한 게 좋다. 뻔하고 뻔뻔해서 좋다. 엘튼 존의 파티를 차고 늙고 뚱뚱한 매니저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낡은 롸커도, 결국은 가족을 택하는 잡지사 편집장도, 미국에 왜 가는지 영 알 수 없는 미스터 빈도, 아무튼간에 뻔하고 빤해서 좋은 거다.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는 '결국' 뻔한 날이다. 예수가 태어난 날... 이라고 적절하게 그저 정해놓은 날이고, 산타할아버지... 라고는 하지만 코카콜라가 만든 캐릭터라고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는 뭐였더라 집 안에 나무를 들여놓는 풍습이 어쩌고.. 그런게 있었다고 했는데.. 아무튼 등등등 여러가지 '칸셉' 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현재의 크리스마스.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고 선물을 주고 받고 카드를 주고받고 그 하루를 향해서 활활 불태우는 초와 전구와 마음들은 열렬하고, 전나무는 수없이 밑둥을 잘리고 포장지는 찢어발겨지고 케이크는 난도질을 당하는 그런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좋은 날인 거다. 뻔해도 일년에 하루쯤.
굳이 다시 보지 않아도 내용이 얼추 머리 속에서 순서대로 착착 흘러갈 만큼 극장에서도 보았고 티비로도 보았고 컴퓨터로도 보았지만, 뻔한 영화는 그래서 좋은거다. 반전도 없고 서스펜스도 없고 그저 입가에 방긋 미소만 띄우면 되니까. 브루스 윌리스가 절름발이 귀신이라도 상관없다. 리암니슨이 결국엔 클라우디아 쉬퍼를 만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시 봐도 그 뻔한 장면에서 뻔한 미소를 배시시 흘리게 되는 거다.
그래서(또 접속사) 별 다섯개다. 최소한 지금 이맘때엔. 뻔하고 빤한 크리스마스 영화. 러브 액츄얼리. 늙은 롸커가 목에 핏발을 세우며 굳이 소리지르지 않아도 크리스마스이즈올어라운미다.. :)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ㅋ
덧, 이번 주말엔 신사동 가로수길에 가보려 합니다.
삼청동길, 홍대길, 가로수길 어디가 좋을까 고민을 해보곤 가로수길을 택했습니다.
부첼라에서 샌드위치도 먹어봐야지. 병문안으로 가는 서울이지만. 간 김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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